지난 겨울에 일박 이일 하르쯔(harz) 지역으로 스키여행을 다녀 온 후 거의 몇 달 만에 여름 방학을
맞은 아이와 함께 이 번엔 남쪽 지방으로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갔다 왔답니다. 그 동안은 주로 외국으로
다녔었는데 이제는 독일의 지방도시를 좀 가까이서 보고 싶어지더군요. 그 동안 뭐가 그리 바쁜지
행복한 의자 산책도 많이 못해서 들꽃들이 많이 피어있는 곳을 걷기도 하고 또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도
싶다는 소망을 오래 전부터 품고 있었답니다.
대도시에서만 살다가 이렇게 자그마한 지방으로 오니 공기는 더욱 더 맑고 청량하고 길가에 꽃들과
숲 속의 나무들은 더욱 더 싱싱하고 푸르더군요. 게다가 집들도 옛 모습을 그 대로 간직하고 있었구요.
정말 오랫만에 가슴 깊숙이 깨끗하고 시원한 바람을 가득 들이킬 수 있어서 진짜 행복했던 그런
여행이었지요.
요 번에 갔던 곳은 바이에른 지역 윗쪽에 위치한 포텐슈타인(Pottenstein)이라는 곳으로 가파른 절벽과
동굴들이 많은 그런 지역이었어요. 산들도 제법 높고 북쪽에선 보기 힘든 바위들도 많이 산 중턱에 꽂혀
있고 말이지요.
자연도 가까이 하고 음식맛도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뛰어나다고 해서 설레는 가슴을 안고^^ 떠났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게다가 돌아 오는 길엔 바이로이트(Bayreuth)에 들러 Wagner까지
만날 수 있었으니 더 이상 바랄게 없을 만큼 흐뭇했던 그런 시간들이었지요.
자 , 그럼 이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볼까요.
행복한 의자가 머물렀던 호텔은 자그마한 건물이었지만 아주 깔끔했답니다.
이 호텔은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방이 인상적이고 또 아랫층에 있는
레스토랑의 음식맛이 뛰어나 아주 멀리서도 단골손님들이 찾는 그런곳이라고 하더군요.
원목 가구가 부드럽고 아늑한 느낌이 주고 또 하얀 침구도 아주 가지런히 잘 정돈이
되어있어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기분좋은 그런 방이었구요.
가운데를 꾸욱 눌러 모양을 낸 베게는 귀여울뿐만 아니라 이 사람들이 손님맞이에 어떻게
성의를 쏟는지가 엿보이지요.
방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하늘색 체크무늬의 소파는 얌전하고 또 수수하더군요.
길게 꼬리를 드리운 벽램프도 깔끔했구요.
벽에 걸린 액자도 원목테두리로 전체적인 방의 분위기와 매치를 했더군요.
커튼도 하늘색과 주황톤으로 소파와 통일감을 주었구요.
음, 전체적으로 아주 고급은 아니었지만 독일 남쪽 시골마을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그러면서도
깔끔해 기분이 좋았던 그런 호텔이었답니다.
다음은 아침식탁의 풍경이에요.
바로 옆에 있는 빵집에서 가져온 신선한 빵들이랍니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운게 아주 맛났구요.
작은 아이가 한 편 찍어 보겠다고 우긴 빵 사진이에요. 아침 햇살에 도드라진 해바라기 씨의
질감이 좋네요. 행복한 의자 아침을 먹으려 아랫층으로 내려갔다가 깜짝 놀랐답니다.
어찌나 햇살이 맑고 깨끗한지요. 눈이 부셔서 한 동안 손으로 부채를 하고 있었지요.
독일이 전반적으로 공기가 맑지만 역시 시골은 더 그렇더군요. 폐로 들어 오는 공기의
깨끗함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말이지요.
빵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여러가지 햄들과 소시지류 그리고 치즈들도 보이네요.
여러가지 과일잼과 초콜렛 누텔라도 작은 포장으로 있고 하얀 네모 그릇안에는 삶은 달걀이 들어 있어요.
아, 낱개 포장으로 된 건조빵인 쯔비박(Zwieback)과 봐자(Wasa)도 눈에 띄네요
과일 바구니엔 오렌지와 바나나 키위과 사과, 복숭아도 보이구요.
시리얼과 거기에 함께 얹을 수 있는 견과류들 그리고 반건조된 살구나 자두등도 있어 취향에 맞게
곁들 일 수 있게 해 놨더군요.
후식으로 딸기와 플레인 요구르트 , 과일 화채가 있네요.
흐음, 배가 부르게 먹고 나서 눈을 돌리니 식당앞엔 꽤 널찍한 정원이 정갈하게 가꾸어져 있었답니다.
햇빛 아래에서 해바라기를 할 수도 있고 그러다 햇살이 너무 따가우면 긴 의자를 슬쩍 그늘속으로
당겨 서늘함을 즐길 수도 있구요.
울긋 불긋한 여름의 꽃들이 한창이더군요.
그 다음 자전거를 타고 오래된 동굴 구경을 갔지요.
가는 길에 마주친 집들은 잘 가꾸어져서 지나가는 나그네의 눈을 행복하게 해 주었답니다.
위의 집은 한 그루 서 있는 나무며 창가의 제라늄 화분들 그리고 입구에 심어 놓은 꽃들이
집주인의 성품을 잘 보여 주는 듯하지요. 아주 참하고 얌전한 그런 사람의 집일 것 같아요.
아, 이층 발콘의 분홍색 꽃이 얼마나 이뿌던지 행복한 의자 이 집 앞에서 한 참을 멈추어 섰던
기억이 나네요. 사진이 좀 어두워서 그런지 분홍의 사랑스러움이 가려져서 아쉽네요.
정말 사랑스런 꽃들이었지요.....
씨뿌리는 농부의 모습을 벽에 그린 집도 있더군요. 멋지지요?^^
온통 나무로 둘러싸인 집의 하얀 벽이 분홍색 꽃과 함께 잘 어울리는군요.
위 창문에 걸려 있던 노랑과 분홍 그리고 남색의 꽃들도 안 어울리는 듯 하면서도 아주 잘 어우려져
역시 눈길을 끄네요.
아, 위의 집들은 남독일 특유의 집짓기 방식인 벽에 나무틀을 박아 넣은 그런 건물들이지요.
지붕의 기와나 꽃들 그리고 아래 황토빛의 벽이 아주 자알 어울리는군요.
아래의 교회는 파란 하늘 아래서 더욱 더 편안하게 느껴지지요.
다음은 독일에 있는 몇 안되는 동굴 중의 하나에요.
행복한 의자 정작 한국에선 한 번도 동굴 구경을 못 했는데 몇 해 전에는 미국에서 그리고 요 번엔
여기 독일에서 구경을 하게 되었답니다.
동굴안엔 조명장치가 되어 있어 아래와 같이 멋진 장면을 보여 주더군요. 물에 비친 쪽빛이
환상이지요. 아, 정말 멋졌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 졌다는 기둥들이에요. 우리가 여기에 서 있는 이 순간은 그 시간들에
비하면 아주 아주 아주 짧은 찰라겠지요.
물도 아주 맑더군요. 천정에서 물방울이 떨어질 때 마다 아주 청량한 소리를 내고 말이지요.
위의 두 사진을 보니 금방이라도 저 쪽 동굴의 한 구석에서 박쥐들이 날개를 퍼덕이면서
뛰쳐 나올 것만 같군요.
아, 손을 대면 아주 날카로운 느낌이 그대로 전해질 것 같네요.
위의 사진은 뉴욕의 맨하탄시를 보여 주는 것 같지요. 뾰족한 탑은 마치 크라이슬러 빌딩
같구 말이지요.
오, 아래는 동굴에 살았던 짐승들의 뼈라고 하네요. 조금 무시 무시하네요.ㅎㅎ
동굴을 보고 나오니 환한 바깥세상이 사랑스럽더군요. 아, 항상 동굴에 사는 박쥐는 얼마나 답답할까
하고 생각을 했답니다. 아, 박쥐에겐 밝은 세상이 답답한가요.^^
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다시 빛의 세상으로 나올 수 있어서......
돌아 오는 길엔 몸을 숙여 길가에 피어 있는 작은 들꽃들에게 인사를 했지요.
돌틈에 핀 연보라색 작은 꽃이 사랑스럽네요. 그 강한 생명력도 경이롭구 말이지요.
아래의 열매는 녹색잎과 빨간 열매가 아주 강렬한 대비를 이루네요. 열매가 얼마나 통통하고
이뿐지 그냥 따 먹고 싶더군요. 하지만 먹을 수 없는 열매라해서 아쉽웠답니다.
개암나무도 뽀얀 빛깔의 열매를 달고 있더군요. 하나 따서 깨물어 보니 아직 열매는 없구요.
가을에 다시 가면 꽉찬 속을 가득 품고 있겠지요.
행복한 의자 어릴 때 여름방학이 되면 시골 할머니댁에 가곤 했는데 뒷산에 개암 나무가
많이 있었답니다.
그 하얗고 부드러운 열매에 홀려 작은 손으로 개암을 따면 항상 나뭇잎 뒤에 숨어 있는 쐐기에 물리곤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빨로 껍질을 벗기면 안에 아주 부드러운 개암이 들어 있었는데 깨물면 그 여린
속살이 주었던 비릿한 맛이 혀끝에서 느껴지는 듯 하군요.
아, 행복했던 시절이었지요.
위의 작은 꽃다발은 작은 아이가 들꽃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엮은거랍니다. 하얀색과 보라색이 아주
잘 어울리지요. 고마워, 아이야......
아래는 도자기 만드는 집이랍니다. 여러가지 그릇들이 집앞에 서 있지요. 담쟁이가 아주 이뿌게
벽을 감싸고 있네요. 주인이 외출을 했는지 아주 조용하더군요.
다음은 성이 있는 마을의 모습이에요.
독일은 북쪽엔 산이 거의 없고 평지지만 남쪽으로 가면 제법 높은 산이 있답니다.이곳엔 석회암으로
된 바위가 많더군요. 한국의 산과는 많이 다르지만 북쪽보다는 한국 느낌이 더 나네요.
갈색의 뾰족 지붕이 전형적인 독일 마을이지요. 위에서 내려다 보니 녹색의 숲과 잘 어우려져 깔끔한
느낌을 주네요.
군데 군데 바위가 박혀 있지요. 여기 북쪽에선 보기 드문 풍경이랍니다.
사진이 좀 검게 나왔지만 바위 꼭대기에 있는 성의 모습이랍니다.
아래 사진도 역시 성의 한 부분이구요.
성 안엔 여러가지 흥미로운 것들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위의 함은 보물상자 같지요. 세월의 흔적이 듬뿍 묻어 있네요.
이 성은 여러 주인을 거쳐 이젠 한 개인의 소유라고 하네요.
식탁 의자가 정말 멋지군요.
차를 마시는 방이에요. 차분한 느낌을 주는 그런 곳으로 창으로 드는 햇빛이
장미의 빨간색을 더욱 더 강렬하게 해 주는군요.
이곳은 침실로 휘장위의 도자기 주전자들이 인상적이네요.
위엔 여러가지 모양의 어깨 휘장도 있네요. 아래는 화약통이구요.
음, 여러가지 모자도 보이지요. 아래엔 다시 어깨 휘장들이구요.
창들이에요. 살상무기지만 모양은 이뿌네요.
아래는 아주 오래된 비단으로된 양산과 피리 종류의 악기 그리고 옛날 무쇠 다리미랍니다.
아, 특히 위의 진한 녹색 양산은 색은 바랬지만 베이지색의 테두리와 함께 아주 우아하더군요.
오랜 세월이 흘러도 우아함은 쉽게 빛바래지 않는 모양이에요.
위는 바구니와 가방들 나팔과 콤파스에요. 유리때문에 반사가 되었군요.
행복한 의자의 눈에 확 띈 조리도구에요. 동으로 된 제품들로 아 , 바닥의 무늬가 아주 멋지군요.
우와, 정말 열쇠가 많지요. 이 열쇠들을 보니 옛날 할머니댁 곳간에 달려있던 자물쇠가 생각나네요.
그 곳엔 명절이 지나면 떡도 있고 또 곶감도 있어서 할머니가 뭘 좀 꺼내려 들어가심 행복한 의자
할머니의 치마꼬리를 잡고 항상 같이 따라 들어가곤 했지요.
아, 문을 열면 코끝에 확 끼쳐오던 곳간의 냄새가 생생하군요.
여러가지 촛대에요. 우리의 등잔대와 좀 비슷하지요.
위와 아래의 액자엔 그 동안의 성의 변천사가 적혀 있답니다.
위는 엘리자벳이라는 이름의 헝가리 출신의 공주로 이 곳에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등 아주
좋은 일을 많이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칭송을 받고 있구요.
아, 착한 일을 하면 영원히 살 수 있겠어요. 뭐 불사초를 찾을 필요없이 말이지요.^^
그 다음날엔 운동도 좀 했지요.
이 곳에 오니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는 것 같더군요.
정말 아주 오랫만에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뜯는 말처럼 아주 느긋한 그런 시간을 즐겼답니다.'
아래는 산 아래에 있는 야외수영장이에요. 산에서 흐르는 물을 막아 만든 수영장으로 아주 깨끗하더군요.
행복한 의자네는 수영복을 준비를 안해가서 그냥 물가에 앉아 마시기만 했지요. 아, 연꽃도 피었더군요.
바위가 아주 웅장하지요. 물도 아주 차더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수영복을 챙겨 올 걸......
다음을 한 번 기약해 봐야겠군 흐음....
돌아오는 날은 바그너(R. Wagner)의 도시 바이로이트(Bayreuth)에 들렸었지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허전한 휴가가 될 거 같아서요.전부터 꼭 한 번 가 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들를 수 있었으니 정말 좋은 기회었지요.
양쪽에 커다란 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길을 따라가면 심플한 모습의 바그너 박물관이
떠억하니 버티고 서 있지요. 왠지 바그너와 잘 어울리는 건물이라는 느낌을 주더군요.
건물앞에는 바그너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루트비히 2세의 흉상이 서 있어요.
아래는 박물관의 뒷편 모습이에요. 건물 앞에는 작은 분수가 있고 그 둘레엔 꽃들이 심어져
있더군요.
다른 음악가들의 박물관에 비해 뭐랄까 상당히 남성적인 그런 느낌을 받았답니다. 그러니까
아주 세심하게 가꾸어져 있지않고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물씬한 그런 곳이었다고나 할까요.
위는 바그너의 무덤이에요.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놓아둔 장미들이
자연스럽게 누워있지요.
위는 '여기 바그너의 강아지가 누워 그를 지키다' 정도로 해석될 글귀가 쓰여져 있네요.
아, 옆에는 어느 열혈팬이 놓아둔 빨간 리본이 달린 강아지 껌이네요.
위의 사진엔 바그너 하우스의 역사와 재건스토리가 들어 있어요.
아래는 바그너의 피아노에요.생김이 멋지지요.
위는 옛날 바그너의 오페라 포스터에요. 누렇게 바랜 모습이 마치 어린시절 시골집 벽에 발라져
있던 신문같지요.
위의 부채와 가죽 동전지갑은 바그너의 부인 코지마가 쓰던 거라고 하네요.
지갑이 정말 오래 된거처럼 보이지요. 부채엔 여러 사람들의 사인이 들어 있구요.
위의 목걸이도 역시 그의 부인이 쓰던 거구요.
아, 머리꽂이도 멋지네요. 마치 공작새같지요. 날카로운 빗의 끝부분이 두피에 느껴지는 듯
하네요.
바그너의 초상화에요.
음, 아래는 바그너의 데드마스크에요.오른쪽의 검은색으로 둥근건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베레모구요.
아래의 핑크빛 의자는 앉는 부분이 다 벗겨졌더군요. 바그너가 코지마의 품에 안겨
마지막 숨을 거둔 곳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바그너와의 만남을 끝으로 여름 휴가는 막을 내렸구요.
올 겨울에는 그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 를 볼려고 계획하고 있답니다.
그럼 그 여름의 기억이 새록 새록 나겠지요.
아, 지난 여름의 끝자락과 함께 따라 온 가을도 벌써 많이 깊었네요.
그럼 곧 겨울도 올테고 음,다음엔 남쪽 지방으로의 스키여행을 기대해야 되겠어요.
'사는이야기 > 여행갔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앗, 마침 잘 되었군.^^ (0) | 2010.08.06 |
---|---|
이제는 다시 보자기를 접어야 할 시간이에요.^^ (0) | 2008.07.06 |
나무의 투박과 유리의 투명이 한 자리에 모였어요. (0) | 2008.06.15 |
타이타닉(Titanic)의 사촌을 만나다. (0) | 2008.05.31 |
눈발은 날리는데.... (0) | 2008.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