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차암 빨리 갔어요.
아주 오랫만에 고향에서 보낸 시간은 어찌나 빨리 가던지요.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부추와 양파를 넣은 콩나물 무침에 조기구이랑 밥을 먹고 나서 차 한잔
마시고 나면 어느 새 점심 때가 되어 있고 볼 일이 있어 밖에 나가거나 그 동안 먹고 싶었던 맛난 것들
먹으러 외출을 하고 그런 다음 운동을 하고 나면 어느 새 저녁이 되더군요.
저녁밥을 먹고 좀 서늘해지면 뒷 산 동산에 설치된 운동기구에서 땀 좀 흘리고 계곡물 소리를 들으면서
긴의자에 누워 풀벌레 소리를 듣자면 벌써 밤이 깊어 오고 말이지요.
그래서 요 번엔 어째 많이 다닐 시간이 없었답니다.
그래도 돌아오기 전에 꼭 가 보고 싶었던 곳은 빼 놓지 않았지요.
한국에 있을 때 행복한 의자 불교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주 들렀었던 절을 찾아 가니 다른건 다
옛날 그대로인데 큰 함지에 연꽃을 아주 많이 심어 놓았더군요. 또 문창살은 옥빛을 띤 하늘색으로 칠해
놓아 멋지기도 하면서 좀 생소했구요. 아, 템플스테이( Temple Stay) 안내탑이 절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더군요.
검은색과 옥빛의 조화가 그래도 쿨하네요.^^
언제 시간이 되면 " 절에서 머무르기" 한 번 해 봐야 겠어요.
산사에서의 적막한 밤과 청랑한 새벽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어서 말이지요.
기와에 새겨진 양각의 무늬가 오레오 쿠키를 연상시키는 군요. 안에 든 하얀색의 설탕쨈이 검은색과 아주
잘 어울려 우리의 혀를 유혹하는 쿠키 오레오 한 동안 행복한 의자를 사로 잡았댔지요.
오래 시간 비바람을 잘 견디어 준 고풍한 기왓장들이 마음을 아주 평온하게 해 주는거 같아요.
물위에 둥둥 떠 있는 넉넉한 크기를 가진 싱그런 초록의 잎과 이뿐 보라색 꽃잎 아 ,참 좋더군요.
아래는 약간 다른 종류의 연꽃이에요.
살짝 꽃잎을 만져 보니 까끌 까끌한 느낌이 그 대로 손가락에 전달되었어요.
꽃잎 끝이 뾰족한게 놀란 사슴의 귀같아요.
오랫만에 보는 연꽃이 이뻐서 여러컷을 찍었답니다.
위의 연잎을 보니 어린 시절 여름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면 우엉잎을 따서 우산처럼 쓰고 마구 집으로 달려 왔던 기억이 나더군요. 친구들과 깔깔거리면서 말이지요. 지금 가만히 생각하니 그 시절 참 행복했던거
같아요. 들판에서 망아지처럼 마냥 뛰어 놀다 뭐 비를 흠뻑 맞아도 좋구 말이지요.
꽃이 지고 난 자리에 연밥이 열렸네요. 씨 위에 도드라진 부분이 "아 따거" 가시처럼 날카롭더군요.
연꽃이 주는 온유함과 부드러움은 어디로 갔나용?
위의 연은 어린 노루의 느낌이 나면서 귀엽네요.
절마당엔 야생의 보라꽃도 자유롭게 자라고 있었어요.
다른 한 쪽엔 포도가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영글고 있었구요.
아, 한 알 따 입에 넣으면 정말 실거 같아요. 생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는군요.ㅎㅎ
산에서 흘러 내리는 물로 맛이 아주 좋았답니다.
대웅전옆엔 목탁이 오수를 즐기고 있었어요. 평온한 느낌 그 자체더군요.
절에서 내려오는 길엔 여전히 계곡물이 흐르고 밤송이도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어요.
내년에도 또 후년에도 물은 흐르고 알밤은 또 다시 더운 여름을 견디며 뽀얗고 통통하게 영글겠지요.
동창들을 만나러 인사동에도 갔었어요.
행복한 의자 젊은 시절에 진을 치던 곳으로 이젠 많이 달라졌더군요.
하지만 아직도 그 때의 분위기는 남아 있어 그 나마 위안이 되지요.
아래는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곳에 앉아 있던 작은 항아리로 색깔과 문양 그리고 자태가 맘에 들어
카메라에 담았지요. 우리의 항아리, 느낌이 참 좋군요.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박으로 된 바가지들이에요.
행복한 의자의 할머니는 요즘으로 말하면 채식주의자였는데 특히 박바가지에 밥을 담아 드시길 아주
좋아 하셨지요. 뜨거운 밥을 담아도 물기도 안 생기고 남은 밥을 담아 놓으면 여름날 잘 쉬지도 않는다고
하시면서 말이지요. 자연 그대로 살았던 할머니의 삶이 요즘 자꾸 가슴에 와 닿는 행복한 의자랍니다.
위의 긴 바가지에 막걸리를 떠서 마시면 그 맛이 기가 막힐 거 같네요. 거기에 파전이라도 함께 하면 금상
첨활테구요.^^
한지의 색깔 정말 멋지지요. 약간 꺼끌 꺼끌할 거 같은 느낌도 좋구 말이지요.
행복한 의자 복숭아도 많이 먹었답니다.
정말 아가 엉덩이를 보는거 같은 고운 복숭아 맛도 아주 좋더군요.
독일엔 이렇게 이뿐 자태를 가진 그리고 맛도 아주 좋은 복숭아를 보기가 어렵답니다.
아, 복숭아는 한국이 최고여.흐흐흐~~~
잘 먹고 잼나게 지내다 보니 어느 새 한 달이 훌쩍가고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답니다.
날개옆에 앉아 구름을 헤치고 다시 독일로 돌아 오니 여긴 모든게 다 전과 같더군요.
이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그 동안 주문했던 제품들로 꽈악 찬 집안도 정리하고 많이 기다리고 계실 여러분들께 차례 차례 소포를 보내야 할 시간이에요.
아, 고향에서의 여름은 정말 행복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