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여행갔던 이야기

눈발은 날리는데....

행복한 의자 2008. 5. 12. 08:05

아이들과 무언가 보람있는 구경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찾아간 곳이 바로 노벨(Alfred Nobel)

박물관이었지요.  스웨덴에 도착하던  첫 날부터 내리던 눈은 이 날  아예  도시 전체를 온통 하얀

세상으로 만들더군요.

노벨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 옛도시(Gamla stan)의 좁은 골목과 그 양 옆에 집들이 하얀 눈옷을 입은

채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은 한층 더 정답고 포근하게 느껴졌구요.

 

아래 집들은 박물관 건너편에 있는 건물들인데 색깔도 검은녹색과 주황 그리고 진한 베이지색으로

이뿌지요.

맨 아래층엔 갓 짜낸 과일쥬스와 핫초콜렛, 조각케익과 커피를 파는 자그마하고 아담한 까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답니다.

 

 

 

노벨박물관에 들어가니  벽 한쪽에 붙어있던 동으로 된 뫼비우스의 띠가 빨간 바탕과 멋진 대비를

이루며 눈길을 끌었는데 이걸 보는 순간 엉뚱하게도 ' 영원히 끝을 모르는 또는  끝이 없는 비애'

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그럼다면 끝이 있는게 행복이란 이야기가 되나요.^^

 

 

 

 

18세기에 세워진 스톡홀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중의 하나에 깃들어 있다는 노벨박물관에선

 Design4Science 라는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답니다.

그니까 디자인이 단순히 미술이나 건축, 패션이나 생활용품만이 아니라 흔히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자연과학에도 응용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흥미와 관심을 갖게 하려는 의도로 기획되었다고

 쓰여져 있더군요. 거기에 전시되어 있던 작품들은 대부분 학생들의 수상작품이었구요.

그 중 몇 가지 우리의 관심을 끌만한 것들이 있어 카메라에 담았지요.

 

아래는 여러가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모습을 플라스틱으로 만든거랍니다.

만약 이 사실을 몰랐다면 뭐 재미있는 아이들 장난감인줄 알겠더군요.

맨 오른쪽이 바로 무시 무시한 에이즈의 바이러스의 모습이라고 하네요. 아이구 덜덜덜~~~

 

 

 

 

 

아래쪽 사진은  처음엔 연꽃밥을 연상시키더군요. 그래서 무얼까 하고 호기심이 발동해 읽어보니

헤모글로빈의 모습을 형상화한 브로우치라더군요. 참 기발한 아이디어지요?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된 과학과 생물학이 진짜 더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 거 같기는 하네요.

 

 

 

발걸음을 옮겨 그 옆 방엘 가니 거기엔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이 쓰던 손때문은 여러가지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어느 노벨문학상을 탄 여류소설가가 쓰던 편지따개도 있고 또 까만 구두도 있고

또 다른 어느 수상자의 방 서재에 있었던 항아리도 있구요. 또 실험도구와 모자 그리고 영혼을 맑고

투명하게 해줬을 자수정원석도 있더군요. 아, 거기 한 쪽엔 낯익은 글자가 빽빽이 적힌 편지가 있어

아이들에게 보여주었지요.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우리나라 옛대통령의 옥중에서 쓴 편지라고 하면서

말이지요.

아래 사진중 윗쪽 왼손편에 있는  두장의 편지가 바로 그것으로 글씨 한 번 정말 깨알같이 꼼꼼하게

썼더군요.

 

 

 

 

 

 

그 옆방엔  수상자들의 일생을 다큐멘터리형식으로 엮은 필름을 보는 곳도 있어 한참 보다 나왔구요.

 

 

아, 그 다음 전시실에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Boris Pasternak)를 만났더랬어요. 

직접 손으로 쓴 것과 타이프라이터로 친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의  원고가  조용히 한 쪽에

서 있었구요.

좀 더 가까이서 그를 느끼고 싶어 몸을 숙이고 이젠 빛 바래 버린 글씨체를 내려다 보았지요.

한데 그는 생각키워지지 않고 둥글고 큰 눈의 검은 눈동자가  오히려  쓸쓸했던 오마 샤리프(Omar Sharif)가  자꾸 오버랩이 되더군요. 그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봅니다 허허허.....

 

 

 

 

마지막으로 빠질 수 없는 곳이 있었으니 그 곳이 바로 박물관 가게였지요.

작은 아이는 거기서 '뉴튼의 요람 ( Newton's Cradle)'을  집어 들곤 꼭 갖고 싶어하더군요.

끝에 있는 구슬을 하나 들어 올렸다 떨어 뜨리면 반대편의 구슬 한개가 똑같은 높이로 튀어 오르는

운동량보존 불변의 법칙을 잘 보여주는 도구라지만 아이들이 그냥 재미있게 가지고 놀면서 과학이나

물리와 친해질 수 있게 해 주는 장난감으로도 뭐 충분할 것 같고 또 값도 그리 비싸지않아  하나

사 주었답니다.

 

 

 

 

 

 

 

이렇게 해서 ' 참으로 보람있는 여행^^ ' 의 한 장이 완성된건가용????????

 

 

그건 그렇고 요즘 이 요람이 책상 한 쪽에서 혼자 가만히 서 있는 경우가 많답니다. 

"아니 아들 녀석 벌써 싫증이 난 거야. 너 이럼 다음엔 국물도 없어, 정말 없다구~~~~"

 

 

곁다리. 영화 닥터 지바고 다시 한 번 봐야겠어요. 뚝 뚝 지던 해바라기 꽃잎이 눈 앞에 마구

          어른거리는군요.